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우라카와(浦河)'에 있는 베델의 집 (Bethel's house).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작업장, 사무실, 몇몇 자조활동단체, 카페, 그룹홈, peer consulting 등,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일들을 스스로 자기 페이스에 맞춰 진행하며 생활하는 장소(일본식 말로 活動先)다.
이렇게 생긴 건물은, 베델의 집 중에 두 번째로 지어진 건물이라 한다. 이 곳을 견학하는 데는 약 2시간 정도의 자체 프로그램이 있다. 첫번째는 견학 희망자에게 전체적인 설명을 해 주고, 각각의 장소를 둘러보게 한 뒤, 두번째로 1층의 여러 활동단체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본인이라는 의미로 장애를 가진 자신을 '당사자'라 호칭을 한다)로부터 작은 활동의 내용, 본인의 이야기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세번째는 견학희망자 전체를 대상으로 ppt 자료를 보여주면서 베델의 집에 대한 소개를 역시 '당사자'가 약 30분 정도 하게 되고, 질의응답을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연습'이고, '공부'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베델의 집에서 일하는 스탭 중 3분의 1이 '당사자'라고 한다.
이렇게 견학을 하는 데 발행하는 잡지, 자료를 주고 안을 보여주고 발표시간을 갖는 2시간동안 2000엔의 비용을 받았다. 이런 방식도 괜찮은 것 같다.
<스즈키 유우코라는 작가의 디자인으로 만든 달력. 이 작은 콩같은 애들이랑 사과나무, 새싹이 이곳의 중심 캐릭터. (켄조라고 했던 것 같은데 티셔츠에 스탠실로 염색하니 꽤 이뻤다)>
올해 11월 일본의 정신의학회학술대회가 이 우라카와지역에서 열렸다고 한다. 그 행사에 베델의 집에서 생산하는 많은 기념품, 화장품, 책, 비누, 티셔츠 등이 판매되었고, 그 때 이 곳의 당사자들은 적극적인 판촉을 한 모양인다. 우리가 갔을 때도 적극적으로 티셔츠를 펼쳐 보여주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티셔츠는 에코제품이며 에코가 어떤 의미인지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티셔츠 두 장을 사고 싶었는데, 한 장에 2000엔이라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한 장 샀다. 질감도 마음에 들었고, 디자인, 색깔, 티셔츠의 의미 등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만족감을 주는 쇼핑이었다.
2층 사무실에는 'かんばらない!’, 1층 작업장에는 ’おりて行く生き方’라고 써 있는데, 이런 말은 처음 본다.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런 말을 표어처럼 써 놓는 것이 낯설다. 뜻은 '열심히 하지 마!(너무 애 쓰지 마)', '내리막길 걸으며 살아가기' 이정도가 되겠는데, 이 말이 베델의 집이 생기고 지향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고, 남보다 노력하지 않았고, 뒤쳐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있는 그대로 알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데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 너무 애 쓰지 마라,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마, 마음 속의 병적인 마음, 그것을 가진 것도 너 자신이야. 있는 그대로... 와..!! 나, 감동받았다.
여기는 베델의 집에서 운영하는 카페 '부라부라'. 이 말 뜻은 '어슬렁 어슬렁'. 이런 말이 쓰여진 곳에서 어찌 빨리빨리가 가능하겠는가. 건들 건들 어슬렁 어슬렁 들어가 보았다.
카페 내부는 흙과 짚으로 만들었는데, 지역주민들,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했단다. 큰 작업의 목표가 정해지면, 그 다음 세부적인 작업공정은 중간 담당자가 개별적인 역할을 명확하게 지시하기만 하면 재미있게 진행될 수 있다. 기관 소개자료 사진에서는 아이들과 어르신 모두가 웃으며 손에 흙을 묻혀 벽을 바르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고, 완성된 멋진 카페를 보니 이 곳을 만든 동네 사람들은 애정을 가지고 찾아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슬렁 카페 곳곳에 베델의 집에서 만드는 공예품, 책, 음반, 수첩, 달력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 책은 제목이 '병이 낫지 않도록..'이다. 그 외에도 '베델의 집 연애 대연구', '느리게 살기-' 이런 책들이 있다.
디자인.. 앞에서 티셔츠 살 때도 그랬지만, 이 카페 역시 기본적으로는 카페다. 커피나 차가 맛있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취지도 충분히 살려진 것 같다. 흙벽은 독특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여기저기 예쁜 돌로 문양이 멋지게 만들어져 있고, 디스플레이도 잘 되어 있다. 일상에서 나를 위한 시간이, 지역의 공동생활에 더불어 기여하는 것이면, 개인의 참여가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어슬렁 어슬렁' 카페의 메뉴판. 정신장애를 가진 분들이 직접 운영하고 서비스를 하는 곳인지라, 돈계산도 일일이 전자계산기로 확인하고, 서로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 종이는 메뉴판이기도 하고, 오른쪽 위에 그려진 좌석에 표시하고 각각의 메뉴에 주문받은 음료를 표시해서 합산을 하게 만들어져 있다. 정신의학회학술대회때는 손님이 더 많이 와서, 자리배치도 바꾸고, 그 때의 메뉴판은 임시로 다르게 만들었다는 설명도 해 주셨다.
우라카와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라고 한다. 이 마을에서 흑자 경영하는 몇 안되는 기업 중에 이 '베델의 집'이 포함된다. 일본 정부는 정신장애인들에게 일정한 지원금을 지불하고 있다. 지원금의 원조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자신을 인정하며 자신의 병을 인정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일하며,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산품들을 나는 서비스를 받는 마음으로 누리고 온 느낌이다. 견학을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었다. 나도 좋았다. 나도 나 자신을 더 인정하기를.
아마... 나는 느리게 사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좋은내용 주신 지서균님 또 옮겨준 송승연박사님 감사. 베델의 집 모델이 우리나라에도 정착 발전되길 원합니다.
답글삭제지석연님 감사 ㅎ
삭제이렇게 이익없는 공동체의 영혼들을 틀에 맞추지않고 제 각각의 기질과 성격과 심리를 자발적으로 생활에 반영해 차의성과 자유롬으로 진화시킨 공동체의 여유로움이 돗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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