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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작업치료 기본에 대한 생각. ADL에서 시작한 작업의 확장과 궁극적 목적에 대해.



ADL은 Activity of Daily Living이 아니라, Activities of Daily Living이다. 그리고, 우리말 번역은 '일상생활동작'이 아니다.
누가, 왜 Activity를 동작이라 했을까. 찾아서 뭐라 할 일은 아니고,
일상에서의 활동은 '단수'가 아니고 다양하며, 활동은 동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줄곧 해오고 있다.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한 생각을 쓰려 하는 것이 아니라 ADL의  분류에 대해, 그리고 그 분류의 번역에 대해 궁금함을 써 본다.

몇 십년의 세월을 거쳐 ADL은 B-ADL과 I-ADL로 나누어 체계화되었다.
B-ADL은 basic ADL이며, P-ADL 즉, personal ADL이라고도 한다. 먹고 입고 자고 단장하고 대소변을 보는 기본적인 활동들과 개인적이고 사적인 활동들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잘 이해가 된다.
내가 당췌 이해가 어려운 용어는 I-ADL의 우리말이었다. Instrumental ADL. 기본적인 ADL이 아니라 domestic과 community 활동을 Instrumental ADL이라고 정의한다. 이 Instrumental이라는 단어를 한영 낱말사전에서는 '도구적', '수단적'이라는 말로 먼저 뜻을 말하고 있다. 그 때문이어서인지, 한글로 된 작업치료 책에는 주로 I-ADL을 '도구적 일상생활'이라고 하거나, '수단적 일상생활활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저런 문헌을 살펴보고 여기저기 질문을 해 봐도, 나는 Instrumental이 '도구적'이나 '수단적'이라는 말를 사용하는 데 동의할 수가 없다. 영어 사전의 의미를 좀 더 살펴보면 instrumental에는 '중요한', '결정적인', '지대한' 이런 뜻이 있다. 그리고, I-ADL의 내용을 정리한 Katz 이전에, ADL 을 이 두 차원으로 나눈 1969년 Lawton and Brody 는 I-ADL을 Complex한 가정과 지역의 참여활동이라고 기록하였다.

왜 이 말을 구구절절 하냐면, 내 딴에는 I-ADL의 의미를 '도구'냐, '수단'이냐 둘 중 하나로 정해서 기억하려고 하면서 '도구'는 의미가 너무 편협한 것 같고, '수단'으로써 이해하려고 끼워맞추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식사하기(feeding/eating)'라는 B-ADL을 하기 위해서는 '음식 차리기', '요리하기', '시장보기'라는 활동이 필요하고, '설거지'라는 가사활동이 전후로 필요하기 때문에, "아하! I-ADL은 B-ADL의 수단이 되는구나! 그러니까 '수단적 일상생활'이 맞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 러. 나. 가정과 지역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꼭 기본적이고 개인적인 일상생활의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나 가족을 돌보는 일,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기르고 돌보는 일이 있고, 시장을 보는 것이 아니어도 교통수단을 이용하니, I-ADL은 수단적인 ADL이 아니라 '복합적인 ADL' 또는 '중요한 ADL'이라는 의미가 더 맞다고 본다. 중요하다는 의미는 B-ADL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성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활동은 B-ADL보다는 I-ADL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퍼뜩 든다. 그냥 '수단적 ADL'이라고 하면 정말 이해도, 암기도 어렵다. 적어도 내게는. 용어를 우리말로 하나 정하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드는 또 다른 생각. 이렇게 활동을 하나하나 지켜보면, 일상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되 다른 작업영역과 겹쳐지는 것들이 참 많다. 전화하기. 전화하기는 I-ADL의 항목에 분류는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직업활동', '여가활동'에도 해당한다. '식사하기' 역시, 혼자 밥먹는 것보다 식사를 통해 사회참여의 목적을 두는 일상적이거나 공식적인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개인 차이도 있겠지만(어떤 분은 고기를 구워먹는 일은 남과 함께 할 일이 아니요, 온전히 혼자 즐겨야 하는 일이라 했겠다).

이 야심한 밤에, 나는 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이런 생각의 끄트머리들을 모아모아 끄적거리고 있는가... 이게 지금 바로 내가 즐기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가활동이 될 수도 있는 학문활동. 그러니, Virtual활동은 앞으로 Occupational area안에 어떻게 분류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frame들은 어떻게 발전하고 바뀌어 갈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기본에 대한 궁금함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고도 생각한다.

* 궁금함에, Anne Fisher 선생님께 주저주저하다가 메일을 보냈다. 그림을 그려가며 질문과 의견을 제시하였고, 그에 대해 동의해 주신 부분도 있고, 수정해 주신 부분, 가르쳐 주신 부분이 많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게 주고받은 메일을 통해 작업에 대해 아주 많이 공부가 되었는데, 그 중 결국 인간작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Social participation'이 아니겠냐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더라도, 그 목적은 함께함에 있다.

(아.. 작업영역 분류에 대해 글로 정리할 날을 기약하며)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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