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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8일 월요일

정신 장애 진단의 이해와 고찰을 담은 책 -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정신장애를 진단할 때 적용하는 진단기준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정신의학회의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보건기구의 ICD(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이다. 

DSM이 5판으로 개정되었고, ICD는 현재 10판으로 11판 개정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는 작업치료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어쨌건, 개인적으로는 DSM-III-R일 때부터 이 기준을 봐 왔는데, 변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진단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최신이 최선이 아니며, 정신장애로 보는 관점은 편견에 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참여한 DSM III, IV(특히 더 큰 책임을 맡았던)의 정리과정을 성찰하며 이야기한다. 특히 앞부분에서는 '정상'이란 것이 과연 무엇이며 '비정상'이란 것은 또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묻는다. 정상은 비정상이 아닌 것이라 하고, 비정상은 정상이 아닌 것이라 하며 서로 정의를 하는 것이 아닌 논법으로 인간을 규정하고 있는 지금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풍자한다.

작업치료사는 '장애'를 '진단'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하게 분류되는 장애의 내용을 이해하고 고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후반에도 정신과의 팀들이 진단을 선택하는 과정에 서 판단하는 능력이 직종보다는 인간의 이해와 경험에서 도출됨을 말하고 있다. 

한국의 자폐진단이 과잉됨도 역시 딱 집혔다. 경기지역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의 연구팀이 조사한 한국의 자폐유병률은 앞으로 반드시 재조사 하고 재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장애가 더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진단 기준이 바뀐 거라고. 

작업치료사는 병을, 장애를 진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의 참여와 작업을 이해하려 하고 도우려 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 있어서 정확한 진단과 평가는 도움이 되지만, 인간의 행동과 장애는 단편적인 기준으로 정확히 평가되기 어렵다. 평가와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전문성을 더 드러내는 듯도 하지만, 자칫하면 그냥 오만함만 키우게 될 수도 있고, 다른 인생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

작업치료라는 이 틀 안에서 사람의 기능을 진단하는 기준을 만드려 하는 움직임이 생길 때가 있는데, 이는 원래의 가치와 다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성찰해야 한다. 뭔가를 규정짓는 것을 통해 스스로를 외부적으로 뭔가 있어보이는 포장으로 드러내려 하는 것은 아닌지. 평가를 정확히 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평가는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총체적인 진단은 고찰적이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훨씬 달라진 아이들을 보았다. 앞으로 그 인생이 어찌 될지는 DSM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이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반영되기 때문에 DSM이라는 방식도 계속 변하고 있는 것이리라.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배운 느낌이고, 이런 글을 쓰고 번역하고 출판해 준 분들께 감사하다.

** DSM-5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해서, 그 말만 듣고 "그거, 문제가 많대매?"라며 공부도 안하면서 그 이유로 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진단에 대한 이해는 분명히 해야 하고, 그 흐름을 알아야 하고, 앞으로 최소의 필요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만 구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경험을 쌓고 근거를 모아서 의견을 제시하는 꿈을 꾸는 것이 마땅히 가야 할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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