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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0일 수요일

오랜만에 본 일본 드라마 [히어로 시즌02] 소감을 지금 우리에게 빗대보다.

미드는 의사가 나와서 추리를 하고,
일드는 의사가 나와서 계몽을 하고,
한드는 의사가 나와서 연애를 한다.

누가 한말인지는 모르지만, 핵심적으로 딱 들어맞는다.

올해 일본을 강타한 드라마 히어로 시즌 2를 보고 있다. 히어로는 10여년 전에 방송된 드라마로, 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검찰 드라마다.

3화에서 감정이입이 된다. 줄거리는 이렇다. 길가다 시비에 휘말려 싸우다가 사람을 죽인 피의자가 심근경색으로 급작스레 사망을 하게 되면서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 검사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이나, 직접 인지 등으로 수사한 사건에 대하여 피의자가 재판을 받음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이를 법원에 회부하게 되는 것. [말이 왜 이리 어렵노..])할 수 없어 불기소로 처리하게 된다. 이에 사망한 피해자의 아버지가 불기소를 납득할 수 없다며, 담당검사를 만나게 해 달라며 찾아오거나 전화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피의자가 불기소인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만나자는 요구를 검사들은 회피한다. 물론, 거기에는 나름 업무규정이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도 있다. 


* 드라마에서 '도호쿠 쓰나미'를 응원하는 모금장치를 소개하는 디테일.











눈앞에 벌어진 사고나 사건으로 잃은 사람에 대해,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애도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그 부분을 강력히 다루고 있다. 왜 죽었는가, 왜 죽어야 했는가.. 해결되지 않아도, 이 부분은 사실 중요하다. 그 문제가 '나'에게 있다면 나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면 되지만, 외부의 여러 이유라면, 그 이유를 알거나 납득할 정도의 의사소통은, 아니면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은 최소한 이뤄져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2014년의 대한민국은, 납득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죽음의 집합체가 되었고, 이를 덮고 넘어가려 도망가는 권력자들의 치졸함으로 덮여 있다.

그 이유는 한 사람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인데..


* 그리고, 직업 정신에 대하여

드라마가 너무 계몽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의식의 계몽, 의식의 혁명은 일상과 직업의 기본에서 필요하지 않은가.
아래 에피소드는 현수교를 만들 때 디자인을 중시해서 지켜야할 안전규정을 어긴 건축업자를 심문하는 검사의 말이다.



"당신이 프로로서"


프라이드를 가질 만한 요건이 되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도 인정한다. 그런 상황을 만드는 사회와 구조도 책임을 져야 한다. 좀 더 개인적인 이슈로 내리면, 프라이드를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비효율적이며, 귀찮은 사람으로 보지는 않는가. 프로정신이 어때서. 장인정신이 어때서. 구조가 받쳐주지 못하는 점도 충분히 인식하고 바꿔가야 하지만, 구조가 안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을 해 봤자 에너지 낭비라며 회피하는 개인의 의식도 아주 큰 문제다. 우리에게 이런 모습이 없는가? 너무나 널려있는데! 늘상 마주치는 걸!

프라이드를 갖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구조와 체제를 바라보고 조정하는 개인과 조직. 이걸 꿈꾸면, 이상주의자라 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도 지향할 바라고 말하고 싶다. 허무주의에 패배주의만큼, 이기적이고 악독한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조종하기 쉬운 상대는 없다.







"검찰의 일은 죄를 지은 사람이 해당하는 벌을 받고, 분명한 정의가 존재하는 세상에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다(닭살 돋는 멘트이기는 하다)."
라는 업무적인 정의를 저렇게 당당히 말하는 검찰이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상상해보면, 적어도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사회는 조금 거리가 있지않나 싶다. 

직업인이 그 직업이 가진 정신과 기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사회는, 안전과 정의와 나눔과 평등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사회일 것이라 상상해본다.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이 정의의 실현을 보고 싶어한다. 
왜?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담 - 드라마 이야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의 포맷이 있다. 그리고 그 포맷에 주로 일본 드라마가 충실한 편인 것 같다. 
  1. 대체로 한 사람의 주인공보다는 남녀 주인공이 속해 있는 그룹이 등장하고, 그룹의 구성원들은 모두 개성이 뛰어나며, 수다스럽고, 결국 가족애같은 팀웍을 갖게 된다.
  2. 매 회 다른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앞 에피소드를 보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한 편만 봐도 된다)
  3. 1회의 이야기에 등장한 장면은 중반 이후의 에피소드를 끌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앞 에피소드를 보지 않아도 되는 독립적인 단편이지만, 크게 한 회 한 회의 이야기들이 치밀하게 구성되는 걸 볼 때, 참 좋다)
  4. 사소한 일상의 장면을 조명한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PPL인가?? 하는 대놓고 드러내는 광고가 아니라, 편의점의 빵, 포장마차의 라면, 튀김 덮밥 등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보면서 일반적인 삶이 이입이 된다.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열무김치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장면 같은 것.. 일상스러운 장면이 구질구질한 느낌이 아니라 평범하게 디테일할 때 감동적이다. 우리 드라마에 이입이 잘 안되는 이유는, 너무 세트같아서, 너무 광고같아서라고나 할까. 핸드폰은 다들 어찌 그리 크고 새 것인지..)
  5. 정보가 많다. 법, 의학, 역사, 상식.. 등등 스토리에 지식을 잘 녹여 담기 때문에, 공부가 많이 된다. 
  6. 웃음 코드나 환타지 같은 만화 코드가 군데 군데 있다. 뭐라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7. 권선징악 비슷한 계몽적 결론.. 도 있지만, 아주 현실적이어서 비통한 결론이어서 더 계몽적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런 비슷한 포맷은 아마도.. '수사반장', '암행어사' 같은 드라마였던 기억이 나고, 그래서 '별순검'도 좋아한다. 일본 드라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법률 드라마인 '비기너'. 같은 포맷에 유머와 황당한 환타지 코드가 많은 '트릭', '시효경찰 시리즈'.  만화로는 좋아해도 드라마로는 영 좋아할 수 없는 것은 '김전일'과 '코난'..  디테일이 뛰어나기로는 '심야식당'. 

우리나라에서 이런 부류의 드라마가 많지 않은 것은.. 인기가 없어서일까? 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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