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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6일 수요일

작업치료와 수공예 (Art and Craft)

우리가 수공예를 하는 이유

작업치료 역사에서 수공예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작업치료 초기 역사(19세기)에서 치료현장에 사용한 수공예는 당시의 상황과 생활에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 당시 치료에 사용한 수공예는 베틀짜기, 도예, 원예와 같은 활동이었고, 그 과정과 결과물은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것이었다. 
산업화 사회로 변함에 따라 사람들은 자본을 들여 공장에서 생산품을 대량으로 만들었고, 손으로 만드는 것들에 대한 가치보다는 싸고 빨리 구입하면서도 편리한 공산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작업치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산업화 시대를 반영하게 되고, 더불어 당시의 환원주의 시류와 맞물리면서 수공예나 실제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치료적 적용은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왜 수공예인가- 인간의 역사, 도구의 인간, 만드는 인간

인간은 살기 위해 집을 짓고, 사냥을 하기 위해 도끼를 만들고, 추위를 피해 옷을 만들고, 음식을 담기 위해 그릇을 만들어 왔다. 즐기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예쁜 옷을 만들고, 음악을 즐기기 위해 악기를 만들기도 했다. 더 편리하게 생활하기 위해 기계를 제작하여 대량 생산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컴퓨터, 우주선 등과 같은 첨단 도구들도 만들었다. 이 도구들은 생활을 위해 사용되어 공예품이 되기도 하고, 도구 자체가 인간의 능력을 표현함으로 기술품이 되기도, 예술품이 되기도 한다.
보존되어 남아있는 오래된 도구들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 예술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공예품과 예술품들에는 당사자의 생활상인 작업이 녹아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생활과 생존을 위해 도구를 만들고, 도구를 만드는 과정과 결과에서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이를 계승해 왔다.

Being → Doing → Becoming

작업적 관점에서 인간이라는 작업적 존재 (Being)가 작업공간과 시간에, 작업적인 행동을 할 때(Doing), 행동의 과정을 위해, 경과를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게(Doing - Crafting) 된다.

만들기(공예)의 관점에서 작업을 보면, 자조활동을 위한 만들기, 생산활동을 위한 만들기, 여가활동과 놀이를 위한 만들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작정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라는 행위가 생활에서 의미를 가질 때 작업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처음의 만들기는 생명과 자조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활동이 많았을 것이고, 놀이를 위해 또는 놀이를 통해 만들기를 하며 자연스레 만들기라는 활동 자체가 일이며 노동이 되어 간다. 그래서 인간은 활동으로 인해 해당하는 일의 역할자가 되어간다(Becoming).

아니말 라보란스(Animal Laborance) vs 호모 파베르 (Homo faber)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의 노동과 일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하였다. 하나는 아니말 라보란스이고 또 하나는 호모 파베르다. 아니말 라보란스는 굴레를 짊어진 짐승처럼 고된 일을 되풀이하는 '일하는 동물'을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져도, 그 일이 되게 하는 것 이외에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로, '일' 그 자체가 목적을 일컫는다. 반면 호모 파베르는 도구를 제작하는 인간이라는 뜻이 있는데 아렌트는 이 의미를 확장시켜 공동의 삶을 만드는 인간으로, 아니말 라보란스보다 상위적인 개념으로서 학문적으로 적용했다. 아니말 라보란스는 일에 있어 '어떻게?, 무엇을?' 이라는 질문만 한다면 호모 파베르는 '왜?' 를 묻는다.

작업치료에서 수공예는 어떤 것인가? 왜 해야 하는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이전에 해 왔기 때문에, 커리큘럼에 있기 때문에 수예와 공작이라는 과정을 하는 것은 그냥 만드는 것에 그치고 만다. 우리가 왜 만들어야 하며, 만드는 과정이 인간 공동체 또는 인간-자연 공동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결과물이 왜 생활과 예술적인 의미를 갖는지를 알아야 한다.

작업에서 도구의 의미는, 작업을 가능하게끔 하는 물리적 환경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도구가 인간을 통해 인간에게 의미가 있거나 목적의 여부에 따라서, 생활에 필요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여가에 필요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놀이에 필요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목적은 아닐지라도 미학적 가치를 지닐 때 예술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도 있다.

작업치료사에게 인간은 '작업적 존재'다. 문화라는 맥락을 가지고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의미 있고(meaningful), 목적 있는(purposeful), 자신의 역할에 필요하거나 도전이 되는 활동을 하는 존재가 인간(Being)이며, 새로운 역할을 해 가는 인간(Becoming)이라는 것이다.

나 자신이 도구를 숙달된 기술로 예술품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잘 만드는 장인이 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우리는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작업수행에 대해 분석하고 가능케 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데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작업치료사로서의 장인정신이다.

작업치료사에게 있어서 수공예의 의미는 클라이언트가 수공예 활동에 참여케 하는 것 뿐 아니라, 작업치료사 스스로 삶에 필요한 도구를 제작케 하거나, 치료나 작업 공간 세팅을 하도록 해서 우리 자신에게도 작업발달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자 목적이 될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수공예라 부르건 핸드 크래프트라 하건, 핸드 메이드라 하건간에, 사람에게 의미와 목적이 있는 제작물을 고민하는 폭은 아주 간단한 것부터 첨단까지 넓고 깊게 탐구하는 시간과 노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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