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이란 말의 의미부터 짚어보아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의 삶을 주도해서 행하는 활동을 '#Occupation'이라고 해요. Occupy 한다는 뜻이죠. 주도하고,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활동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데, 우리말로는 주로 '직업'이라고 번역되어 있죠. Occupation을 '작업'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작업을 설명해 볼께요.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런데 전화를 받는 사람이
"죄송한데 제가 지금 #작업 중이라서요. 이따 전화 다시 드릴께요."라고 끊었다고 해 봅시다.
그 사람이 화가라면 그림을 그리는 작업 중일 가능성이 크겠죠?
주부라면 청소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구요,
가수라면, 노래에 관한 일을 할 가능성이 크겠죠.
요리사라면 요리에 관한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고,
주부라면 가사일이나 육아에 관한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청춘남녀라면 연애에 관한 무언가를 하고 있겠죠.
그래서 Occupation은 직업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역할이나 활동을 포함해요. 주부, 학생, 학자, ..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로써, 직업보다 더 큰 의미를 갖죠.
어느 어르신께서는 그래서 자기에게 중요한 작업은 '깨지 않고 자는 것'이라고 하셨구요,
어떤 어머니께서는 중요한 자신의 작업을 '가족을 모두 보내고 혼자 집에 앉아 조용히 차 마시는 것'이라고도 하셨어요.
작업을 연구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은 작업이 될 수 있는 #사람의작업(Human Occupation) 을 연구해서, [작업영역]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를 했어요.
이 활동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24시간동안 수행하는 활동이에요. 그래서 작업수행활동 또는 작업수행영역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 활동들은 모두, 사람에게 ‘작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활동들이어요.
인간이 발달할 때, 잠이 들고 깨는 #수면(Sleep)을 하고, 깨고 #쉬고(Rest), 움직여 놀고, 먹고, 자고, 깨고, 기본적인 ‘생명유지'활동을 하지요..
자라면서 먹고, 씻고, 옷입고, 양치하고, 대소변 가리고, 단장하는 활동을 하면서 발달해 가요. 이걸 #기본일상생활 (Personal/Basic Activities of Daily Living[PADL 또는 BADL])이라고 해요. 기본 일상생활의 핵심은 ‘자조’, 즉 스스로를 돌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놀이(Play)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집니다. 실내에서 실외로,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탐색에서 기능으로.. 점점 더 발전하는 이 놀이의 핵심은 ‘즐거움’입니다.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주변 정리정돈을 하고, 의사소통을 전화나 기계로 할 일이 생기고, 식사준비나 가사일, 다른 사람을 돌보거나 동물을 돌보는 일, 쇼핑을 하거나, 지역을 이동하는 식으로 일과적이지만 지역사회까지 활동이 확대되는데, 이걸 #복합 일상생활 (Instrumental/Complex ADL)이라고 한답니다. 이 복합일상생활의 핵심은 ‘자립’과 ‘돌보며 살기’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차츰 #배우는 활동(교육활동: Education)과 #생산적인 활동(Work 또는 Productive activity)을 하게 되고, 이 활동들은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깨어 있는 시간 안에서는 가장 주된 시간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활동들의 특징은 ‘생산성’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주부의 경우는, 복합일상생활이 주된 활동이며, 이 때문에 다른 가족의 일상활동, 생산활동, 교육활동이 잘 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주부의 복합일상생활은 ‘돌보기’이면서 ‘생산성’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문서에 신분을 기록해야 할 때 'occupation'이라는 물음에 '주부'를 당당히 기록할 수 있죠.
교육활동, 생산활동, 복합일상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여가활동(Leisure activity)이 필요합니다. 이 활동의 의미는 ‘충전’, ‘즐거움’, ‘정리’의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업활동이란 것은 서로 연결되고 중복되며 서로의 작업활동과 관계하며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갓난 아기의 수면활동은 어른의 복합일상활동을 통해 안정되므로 #사회참여 및 관계(Social Participation)가 이뤄질 때 더 안정될 수 있구요.
아이들의 놀이활동 역시 처음에는 혼자놀이를 하지만, 발달할수록 함께 놀이하는 사회참여로 확장되구요, 사실 교육활동, 생산활동도 그렇지요. 그래서 사회참여는 모든 작업활동을 시작하게 하는 ‘필연성’이자 ‘궁극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사회참여로 내 작업이 시작되었지만(아기의 잠 들기, 먹이, 옷 입혀지기, 놀이하기..), 나중에는 내 작업이 다른 사람의 작업을 돕는 사회적 기여가 되는 발달을 보이지요.
하나의 활동은 꼭 하나의 작업영역에 해당하지는 않을 수 있어요. 요리라는 복합일상활동을 취미인 여가활동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겠구요, 어떤 경우를 보면,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 처음에는 혼자 탐색하고 만들어내는 놀이에서, 의사소통 방법으로, 그리고 재창조하는 복합적인 놀이고, 그러다가 실제로 생산적인 작품으로,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이 더 배우고 느끼게 하는 사회적 참여로 발전해서, 작업의 의미가 복잡하고 깊어져요.
박탈에 대해..
박탈(Deprivation)은 원래 갖고 있던 무언가를 '잃거나 감소 당하는' 걸 의미해요. 가져야 할 거라는 기대가 있거나 가능성이 있는데 갖고 있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기도 하구요. 박탈은 실수 따위의 자기로부터의 이유가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적인 이유로 인해 일어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사회적인 측면에 이유가 있다고 본대요. 우리말로는 '빼앗김'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작업 박탈을 생각해 보게 되요.
작업 박탈. 작업을 빼앗긴 상태라고 할 수 있겠죠. 원래 작업 참여가 적어서 작업이 빈곤한 경우가 아니라, 원래 하고 있던 작업이나 할 가능성이 있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작업박탈(Occupational Deprivation) 이라고 해요.
Gail Whiteford라는 호주의 작업치료학자가 사용한 말이구요. 이 사람에 의하면 작업박탈이란 '지역적 고립, 재난, 사고, 감금, 억압, 장애 등과 같은 자신이 조정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삶에 필요한 작업이나 의미 있는 작업 참여를 저지당하거나 방해받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하네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작업이 제한되고 박탈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요. 그 가족들의 작업도 제한되고 박탈되구요. 심지어.. 생명까지 박탈이 되기도 해요.
저는 #세월호 재난 이후 여러 사람들의 작업이 제한되고 박탈되었다고 보아요. 잠을 빼앗긴 사람들, 일상생활을 빼앗긴 사람들.. 함께 할 사람들을 잃어서 거의 모든 작업을 잃었다고 보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슬프고 아픈지... 그러니, 곧.. 건강을 잃게 되지 않을까,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내 그림인데, 왜 없어졌지???)
작업박탈에서 작업회복으로
작업의 박탈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잠과 휴식부터 말이죠.. 아이들은 수면을 박탈 당하지 않았을까요? 놀이를 박탈 당하지 않았을까요?
우리 사회를 쳐다보아요. 작업 박탈이 심각한 사회가 아닌가 여겨져요.
작업박탈이 극심한 사람..그런 사람들 본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작업이 조금씩 조금씩, 하나라도 회복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은 작업이 빈곤한 사람에게 작업이 하나씩 생기게 하는 접근과는 조금 다른 것 같네요.
이전과 똑같은 작업을 할 수는 없어도, 박탈된 것과 유사한 작업을 찾을 수도 있겠구요.. 아예 다른 작업이 생성되어서 박탈된 작업을 메꿀 수도 있겠죠.
어찌 되었건, 작업치료는 작업 박탈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업회복의 가능성을 찾고, 작업이 회복되게 하는 것이 본질 아닐까요? 아.. 치료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두요. 작업만을 놓고 사람을 바라볼 때라도, 사람이 살면서 의미 있는 삶이 박탈당하는 일은 줄여야죠. 이 박탈이 점점 더 많아지고 박탈되는 인구 범위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죠.
그런데, 지금 이 곳은 작업 박탈이 도처에 일어나고 있네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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