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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9일 화요일

AMPS 국제심포지엄 참가후기 - 한국 아동작업치료사들의 임상발전을 위한 노력을 소개하며

* 이 글은 2012년 9월 덴마크에서 열린 AMPS International Symposium에 참여한 뒤 정리한 글입니다. 전에 정리했는데, 블로그에는 한참 지난 뒤에야 싣게 되었네요.  


지석연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


심포지엄 사전웍샵. ‘Theory-based practice’ 라는 주제로 Brett Berg, Kristina Tomra Nielsen, Anne G. Fisher, Ingeborg Nilsson 4명의 프리젠터가 MOHO, Enabling Occupation, OTIPM 세가지 대표적인 작업치료 이론들을 접목하는 웍샵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 작업치료사로서 아이들과 그 가족을 만나면서 나 개인의 임상은 다양한 변화와 성장의 계기들이 있었다. 그 중 처음 변화의 계기는 감각통합의 관점으로 아이를 보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중 가장 중요한 성장의 계기는 작업수행을 직접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된 것, 즉 AMPS를 알게 된 것이라 하겠다.

4년 전 캐나다에서 열린 3일간의 AMPS 심포지엄에서 나는  작업 기반(Occupation-Based)의 임상을 실행하기 위한 연구와 주제, 다양한 임상보고를 접하면서 4년 뒤에는 꼭 우리의 임상 이야기를 나누겠노라고 생각했다. 작업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세계 작업치료사들의 노력은 우리의 노력과 유사했고, 겪고 있는 장벽 또한 비슷해서 공감이 되었는데,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구체적이어서 새로운 배움이 되었다. 당시 웍샵의 주제였던 ‘지식전달(Knowledge transition)’의 이론과 방법론1)에 대한 내용을 되새기고, 작업치료인구의 성향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근거로 제시한 Everett Rogers의 ‘혁신수용곡선'2)을 공부하면서 나와 주변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작업치료사로써 만나는 아이들이 점차 놀이가 확장되고, 활동과 참여 범위가 넓어지고, 발생하는 문제도 더욱 다양해지면서 중재의 결과물(outcome)을 정리하고 제시하는 방식 또한 더욱 복잡해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평가가 불가능했던 아이가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거나, 평가수치가 중재의 전후로 달라진 것을 보고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인식했었는데, 어느 날 COPM3)을 통해 아이의 수행도가 높아졌다고 인터뷰로 보고하는 어머니가,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을 보면서 ‘평가라는 것이 수직선이나 자와 같은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치료를 통해 사람들을 ‘나아지게' 한다면, 나아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아지는 것이 신체적 회복을 의미한다면... 우리의 중재로 사람들이 나아질 수 있는 것인가, 나아지는 것이 우리가 작업치료를 통해 추구하는 것의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중에 작업치료와 작업과학자들의 철학적 고민이 담긴 글들과 작업에 대해 고민하는 동료들과의 다양한 대화는 아주 큰 힘과 위로가 되었고, AMPS와 같은 작업수행기술을 분석하고 접근하는 OTIPM(Occupational Therapy Intervention Process Model: 작업치료중재과정모델)은 이런 고민을 실제적으로 전개하는 데 있어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틀이 되었다. OTIPM 틀에 따라 임상 사례를 차근차근 적용해 보는 노력, 그런 노력의 시도는 2004년 OTIPM과 Framework의 작업수행기술 분석을 표준화한 AMPS의 첫 국내웍샵 이후 조금씩 전개되었다. 2009년 OTIPM 웍샵을 실시한 뒤 OTIPM 집담회가 경인, 대전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과 부산, 광주에서 월 1회 이상 열리는 임상 모임들이 생겼다.

아동분야에서 활동하는 작업치료사들은 아동 청소년기의 작업이 성인과는 다른 특징이 있고(놀이, 교육 영역의 중요성), 심리치료나 특수교육, 언어치료영역과 더불어 사례 보고서를 논리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아동발달분야의 필요성이 있기에 치료사가 직접 자신의 사례를 작업에 기반하되 치료적 추론을 잘 연결하기 위한 임상가의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우리들은 OTIPM의 틀에 따라 자신의 사례를 진행하는 임상가의 멘토링 그룹(명칭: 아동작업치료 OTIPM 사례연구 및 공부모임)을 지난 1년간 실시하였고, 나는 이 AMPS 국제심포지엄에서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

임상의 경험을 정리하고,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의 상호 멘토쉽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계획하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은 작업치료사 개개인에게 전문가로서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고 믿는다. 때문에 ‘아동작업치료 OTIPM 사례연구 및 공부모임'을 참가한 총 26명의 아동작업치료사들은 1년간의 목표를 몇 가지 정한 바 있다. 첫번째 목표가 ‘자신의 사례를 OTIPM으로 정리하기', 두번째 목표가 ‘발표한 사례를 논리적으로 전개하여 포스터나 사례논문으로 정리해 보기', 세번째 목표가 ‘관심 있는 주제 서적, 작업치료 전개이론 주제별로 공부하기’, 네번째 목표가 ‘발표한 사례와 주제 내용을 정리하여 사례집 만들기'였고, 마지막 목표가 ‘축하 파티하기'였다. 그리고 이 모임을 주도한 나 개인은 이 1년간의 멘토링 그룹의 내용과 형식을 국외의 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우리는 1년 동안 이 목표들을 거의 달성하였다.  

AMPS 심포지엄 이틀째에 연제발표로 2011년 4월부터 2012년도 3월까지 진행한 
‘아동작업치료 OTIPM 사례연구 및 공부모임’을 멘토링한 내용에 대해 발표하였다.

발표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서 두렵기는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임상가들의 작지만 꾸준한 노력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서 발표한 필자도, 듣는 여러 작업치료사들도 함께 공감하는 감동의 교류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발표한 멘토링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다른 나라의 작업치료사들도 있었고, 학생들의 교육 커리큘럼에 OTIPM을 접목하는 데 참고할 수 있겠다는 교육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1년간 자신의 사례정리와 임상발전에 몰입해 보면서 자신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를 함께 깨달아간 한국의 아동작업치료사 동료들의 좌충우돌, 우여곡절이 함께 꽃을 피웠고, 앞으로 함께 하게 될 비전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음 AMPS와 OTIPM의 2016년 국제 심포지엄은 한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2014년에 일본에서 세계작업치료사협회의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작업치료는 서양에서 시작했지만, 그 가치와 내용, 실천과정은 동양적인 가치와 많은 부분 중첩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생성된 이 신생 직종, 신생 응용학문이 지난 100년간 발전해 온 방향과 결과들에 더불어 도약할 기운이 아시아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 직종에 종사하면서 발전하고, 성찰하고, 연구하고, 또다시 새롭게 배우는 우리들 자신의 노력과 열정에 의해 천천히 이뤄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다가오는 2년, 4년간 그동안 양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작업치료사들이 자신의 임상과 연구, 교육현장에 대해 정리해 보고 주제를 발제해서 세계의 작업치료사들과 함께 공유하려는 노력을 해서 더욱 질적으로 성장하는 제 2, 제 3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하고 꿈꾸려 한다.



‘OTIPM으로 진행하는 아동작업치료 사례연구 및 공부모임’의 공부와 사례발표 자료집
<구립 용산장애인 복지관>,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 후원


참고자료

1) http://www.caot.ca/otnow/sept%2008/implementing.pdf
2) Rogers EM 저, 김영석 역. 개혁의 확산,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3) Law, Baptiste, Carswell, McColl, Polatajko & Pollock, Canadian Occupational Performance Measurement,  1991; 1994; 199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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