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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7일 토요일
대한작업치료사 협회 장애아동 부모교육 공개강좌
지난 9월 4일 수요일,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주최로 장애아동 부모교육 공개강좌를 실시하였습니다. 5월에는 감각통합에 대한 주제로 1차 공개강좌를 실시하였고, 그 때의 강사는 센서리파워 아동청소년 감각통합연구소의 남궁 영 선생님이 맡으셨습니다.
이번 2차와 3차의 공개강좌는 제가 협회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차는 [뇌성마비 아동청소년의 작업치료]가 주제이며, 3차는 [자폐스펙트럼 아동청소년의 작업치료]가 주제입니다.
강좌를 통한 가장 큰 목표는 참석하신 부모님들께서 앞으로 작업치료사를 만나실 때 작업치료적인 목표를 작업에 중점을 두고 함께 논의하시고 요구하시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함에 있어서 뇌성마비 장애와, 발달 장애 두 진단군을 따로 진행하기로 한 부분은 큰 활동적인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통상적인 판단 때문이지만, 사실은 두 진단군을 분류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작업치료사가 사람을 만나는 관점은 [작업]을 통해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관점을 지니는 것은 작업치료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일 뿐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에게도 가치가 있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신념 때문에 생긴 직종이 작업치료이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저의 부친이 교통사고로 삶의 중도에 장애를 겪게 되었습니다. 신체적인 회복 이후의 아버지의 삶과 활동, 즉 작업에 대한 지원은 가족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었지만, 당시의 병원 시스템에서는 누구도 아버지의 이후 생활과 필요한 작업, 원하는 작업을 위한 지원을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아버지의 작은 활동은 의미가 있었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분이었기에, 작업치료사인 딸인 저는 작은 활동을 하시지만 매우 작업적인 존재인 아버지의 삶을 통해 작업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워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전의 생활인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시는 어머니께 결국은 '아버지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어머니의 바램은 접으시고, 지금의 아버지가 하고 계시고 의미 있어하시는 활동 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시라.'는 말을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아프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고 들었던 사실을 좋았노라고 말할 수가 있네요.
장애를 가진 아이를 통해 아이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더 돈독해지고, 새로운 배움을 하게 되어 더 성숙하게 된 분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때가 되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경험 중에 힘든 경험을 통해 더 성장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눈 앞에 보이는 이 아이의 지금 성장을, 지금 즐기는 놀이를 발견하게 되는 부모님들의 웃음과 기쁨이, 치료사로 일하는 저희들에게 더 큰 배움을 주십니다.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한 부모님들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대대로 마을의 어르신들, 삼촌 같은 아저씨들, 형과 언니들, 동생들을 보고 배우고 함께 다투고 가르치면서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존재로 자랍니다. 누군가는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의미있고 잘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돌봄을 받는 것이 의미있고 제대로 돌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사는 것이 필요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봄을 받는다고 무조건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믿구요, 그 믿음이 막연하지 않은 구체적인 스토리들을 우리가 발견하고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어쩌면 과학은 아니겠지만요... 논리를 잘 정리하면 이것을 신념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상대적인 명제로 증명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하튼, 부모님들께 작업치료사가 드리는 강좌의 목적은 작업치료사로써 하는 일이 무엇이다라는 사실과, 그래서 작업치료사에게 부모님께서 아이와 부모님의 인생을 작업적인 측면에서 목표를 잡을 수 있게 요구하시고, 목표를 조정할 수 있게 도움을 요청하시고,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시고 함께 실천하시는 데 있습니다.
더 큰 목적은...
너무 거시적일지 모르지만,
장애건 아니건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나도 타인도 함께 성장하고 보듬는 사람들이
함께 되어가자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함께 강좌에 참여해 주신 장애학생지원 네트워크 사무국장인 김형수 선생님의 강의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자신을 뇌병변 장애인으로만 보지 않는 그 자신이 늘 제게는 배움을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 작업적인 분이어서, 작업치료사로써 저는 늘 이 분에게 배우고 또 배웁니다. 이번에도 자신과 어머니의 이름,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핵심 있는 이야기로, 역시 거시적인 관점으로 전해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부모님들의 질문을 부모님들 한 분 한 분의 마음에 맞게 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꼭 질문을 잘 갖고 계시다가 저희가 아니어도 앞으로 자신을 통해서나, 주변의 좋은 분들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자신은 질문을 통해 또 질문을 갖게 되고, 의문이나 해결하고 싶은 어려움은 결국 내가 가진 능력과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많이 발견합니다. 넘어지는 이유는 걸음마를 하기 때문이고, 싫다고 거부하는 이유는 좋은 것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듯이요.
그래서, 결국 치료사들도 공부해야 하지만, 부모님들도 자신과 아이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셔야 하고, 자라는 아이도 자신이 자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생각과 공부를, 인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가면서 말이죠. 제게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미지입니다.
함께 겪고 배우는 것 밖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강좌는 정답을 드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방향을 가지자는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시간보다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시간보다 더 마음과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래도, 해야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장애아동부모교육 공개강좌 취재 라디오 방송 듣기 (내일은 푸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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