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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30일 일요일

휴식, 짬, 휴게, 쉼 작업에 대해



길을 걷다 무심히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꽃잎을 보고, 밤하늘을 올려볼 따 나타나는 달을 보고, 구름에 들어앉은 해의 색을 보고,

익은 감을 쪼아 먹는 새를 쳐다보며 멈추는 나자신을 보면서 아, 여기에 나의 ‘짬’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요즘 이 짬이 많이 줄어들어서 더 의식하게 되었다. 

이 순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같지만, 사실은 내 감각과 마음이 잠시 숨을 고르는 아주 중요한 작업적 쉼이다.

멍하니 바라보고, 멈추고, 잠깐 빠져나오는 그 순간들이 내 일과 에너지를 다시 이어가게 하는 그야말로 작은 회복의 틈이 된다.





‘필수활동’인 휴식, 쉼

2주 동안 나의 시간을 분석해 보면서 나에게는 일정과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로지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 하나의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지켜야한다는 걸 새삼 확인한 적이 있다. 

특정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전등 아래,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냥 내 문장대로 메모하는 시간. 

코로나로 그 카페가 문을 닫았을 때, 이런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느낌이 상당히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이 시간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다. 나에게는 회복의 작업이고 나를 유지시키는 ‘필수활동’이다.

일에 열심히 몰입하는 나이지만 결국 나를 다시 일으키게 하는 건 이 조용한 두 시간이라는 사실. 도장찍어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지. 

‘휴식’이 적은 우리네

의무활동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리들이 휴식에 대한 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일과 역할, 책임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에게는 어떤 시공간과 작업의 틈, ‘짬’을 남겨두지 못한다. 

명백하게 사람은 감각, 인지, 신체의 부하를 가진 존재다. 이 부하를 주기적으로 내려놓지 않으면 참여도, 관계도, 의미도 유지되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 좀 더 많이 생각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 ‘짬’이라는 단어가 되었다. 

어떤 학생에게, 어떤 어른에게... 특히 의무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아... 게임에 과몰입하는 경우에도) 

짬은 선택이 아니라 조절 전략이고, 멈춤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리듬이다.

공간과 관계에서의 휴식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과 사람 속에서 깊숙이 엮여 살아가는 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휴식’이라고 하면 그 안에서도 누군가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같이 쉰다는 지향성이 있더란 말이지. 

하지만 때로는

공간을 완전히 바꾸는 휴식,

관계를 잠시 끊는 휴식,

아무도 나를 호출하지 않는 시간 속에 스스로를 두는 휴식이 필요하다.


나는 SST 캠프에서 부모–자녀 관계에서도 이런 종류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잠깐 떨어져 있을 때, 오히려 서로가 더 선명해진다. 함께 있는 시간을 더 기쁘게 맞을 수 있다.

동료 작업치료사들을 보며

11월 말.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열정의 현장에서 동료 작업치료사 선생님들을 만났다. 이제 상당히 다양한 현장으로 직접 가고, 복잡한 맥락을 드루며 놀라운 역량을 나누며, 그 진심과 투혼(?)에  늘 감동한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투영하며, 이 시간에 우리에게 가장 조망할 필요가 있다고 떠오르는 작업이 ‘휴식’이라는 느낌을 계속 감지한다.

우리는 늘 타인의 삶을 들어 올리고,

타인의 감각과 정서를 조율하며,

타인의 참여를 돕는 일을 한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 자신의 휴식을 돕는 일이 먼저여야 하겠지.

우리를 보는 동료도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그분의 이야기에 감사한 마음이 (쫌 많이) 들었다. 

그래서..

휴식은 몰입의 반대가 아니다.

잠시 꺼내 보고, 잠시 멈추고, 잠시 벗어나서 다시 살피는 ‘필수시간’이고, ‘필수작업’이고, ‘필수공간’이고, ‘필수관계’다.

우리가 스스로의 휴식을 돌볼 때, 비로소 타인의 휴식도 도울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한 장,

구름에 잠시 숨은 달빛 한 조각,

내 앞에 놓인 따뜻한 전등 아래의 나만의 자리.

그 작은 순간들을 짬짬이 누리자. 


나를 도와야 당신을 돕고 

자신을 돕는 당신의 도움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도움 = 쉼이 잠시 동의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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